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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뮤지컬, 연극

20240302, 뮤지컬 '아가사' 이정화, 김경수, 이준우

by ble_post 2025.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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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4년 3월 13일에 작성 됐습니다.

 

 

아가사와의 여섯번 째 만남, 그리고 헤어짐.

네.... 아가사 막공을 보고 왔습니다..

정확히는 이정화 배우님의 막공을 보고 왔습니다.

그런데 다른 배우님들도 다 막공인 것 같더라고요?

귀한 경험이고,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뮤지컬 현장을 아가사로 처음 접했기 때문에, 막공 역시 아가사로 처음 접했는데요.

원래 이렇게... 막... 하나하나 소름돋고, 모든 장면에서 소름돋고... 그런가요?

다들 칼 제대로 갈고 온 느낌이었어요.

너무 좋았습니다...

주연 아닌 조연 배우분들의 넘버에서도 이런 소름을 느낀 게 처음이었어요.

마지막이라 모든 걸 보여준다! 마지막이 아쉬운만큼 멋진 무대를 보여주겠다! 하는 배우들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이번에 본 캐스팅들....

개인적으로는 막공에 뉴먼역으로 무현 배우님이 보고 싶었는데, 보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배우들마다 나름의 맛이 있어서 만족했습니다!

낸시 역의 정다예님은 어째선지 매번 기회가 되지 않아 보지 못했는데, 이번 막공에서 만나게 돼서 좋았고요!

이번에 앉은 곳은 L열 4번!

티켓팅 때 자리잡기 실패해서 눈물을 흘렸으나.. 취소된 자리를 발견해서 겨우 들어갈 수 있게 됐어요.

일단 왼블에 자리를 잡은 것에 만족했고, 생각보다 막 엄청 멀진 않아서!? 좋더라고요.

두칸만 더 앞에가서 앉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막공을 볼 수 있었다는 게 중요한거겠죠.

막공이었던 만큼 배우님들의 애드리브가 정말 많았습니다.

"당신들은 살인이 즐겁습니까?"

"네!"

부분에서 눈치없이 대답하는 배우 옆에 있는 배우분이 '눈치 좀 챙겨요, 눈치 좀.' 이러면서 몇 번 구박을 주는 걸로 시작했습니다.

레이몬드가 폴에게 '미궁 속의 티타임'의 배경이 12월 3일임을 말한 후, 폴이 무대를 내려가기 전에 이준우 배우님이 「천재 작가, 멋진 탐정. 너만의 이야기를 해봐~」하면서 한바퀴 빙그르르 도는 걸 따라하더라고요. 그리고 "어, 되네?"하면서 준우레이몬드에게 이번엔 다 같이 뛰는거야 하고 "하나, 둘 ,셋. 흣쨔!"하면서 폴 혼자 돌았던 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

폴이 하, 거참 어이없는 꼬맹이야. 같은 느낌으로 코웃음을 치면서 계단을 내려갔고, "정말 할 말이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퇴장하던 모습이 정말 웃겼습니다.

로이랑 아가사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아가사가 뒤로 물러서니까 로이가 계속 상체를 숙여서 따라가는 모습도 기억이 납니다.

작로이를 처음봐서 다른 공연에서도 그렇게했는지 모르겠지만 아가사가 하늘로 향하는 계단을 살피고 있을 때, 아가사를 말린 후에 아가사를 이끌어주지 않고 먼저 차를 타러 가버리더군요. 그모습이 아가사의 호기심을? 돋궈서 아가사가 스스로 호텔방(현실)으로 돌아오게 한 듯한 연출도 좋았습니다.

호텔방에 도착하면 그에 맞게 로이가 차를 가지고 나오는데 손을 떨면서 가져오는 게 인상깊었습니다. 달그락달그락 아슬아슬가져오지만 흘리지는 않고... 마지막에 아가사한테 주기 전에 호호, 불어서 식혀주는 모습도 처음봐서 즐거웠네요.

둘이 같이 독을 부를 때는, 아가사가 혼자 다 부르니까 로이가 "저요! 저요! 다음엔 제가 할래요!" 손을 들면서 자신의 차례라는 듯이 어필했었고, 베스가 "도련님! 사람이 다쳤어요!" 할 때는 미미 배우님이 좀 더 앙칼졌던 거 같아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그날... 잠을 잘 못자서 조금 눈이 감길락말락 했는데 잠을 확 깨게하는 포스는 최고였어요bb

 

아가사가 "죽여버릴거야-!!"하는 부분 전에 로이랑 아가사는 같이 있는데요. 아가사가 자신의 속내를 로이와 같이 있으며 깨닫게 되는 부분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때, 화범은 둘이 오붓하게 붙어있었는데, 화작은 작로이가 뒷짐지고 화가사를 보고있고 화가사는 자신의 안에서 피어오르는 살의에 삼켜져 짐승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작로이가 '그래, 아가사. 네 안의 모든 걸 받아들여. 너의 살의를 더욱 키워.' 하는 것 같았어요. 화가사는 난간을 잡고 울렁울렁하는데 진짜 안에있던 검은 기운이 화가사를 삼키려는 것처럼 보여서 신기했습니다.

 

또 중요했던 것.

네 안의 독 노래를 부를 때.

「피 흘리는 너

더 이상 볼 수 없어

너의 눈물이 피가 되어

내 찻잔에 흘러」

에서 찻잔을 '마음'으로 바꿔서 부른 게 정말 미쳤다고 생각했습니다...

독 vari. 를 부를 때, 로이가 레이몬드를 따라 계단을 올라갈 때, 한발자국 한발자국 구두소리를 내면서 올라가는 연출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압박하면서, 내가 널 쫓아가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연출이.... 이날 낮에 연극 '스위치'를 감상해서 벽이나 땅을 울리는 소리에 ptsd가 생길 뻔했지만 상황 자체는 정말 룽했다고 생각합니다.

아가사가 "로이, 우리 진짜 파티를 시작하자." 하면서 웃으니까 작로이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웃네?" 하는 게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지금까지 아가사에게 슬픔과 고통만 줬던 자신이었기에, 자신을 봐주면서 아가사가 웃어주리란 걸 생각도 못했던 것 같았어요. 내 존재자체가 아가사에게 미소를 만들어 줄 수 없다면 그녀가 원하는 바를 이루게 해서 그녀 스스로 만족감에 웃게해주겠다 <- 이런 의도로 아가사 앞에 나타났는데, 아가사가 자신을 향해 웃어주니까 믿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나도 아가사를 웃게 할 수 있었어.' 하면서 꿈 같다는 듯이 웃는 게... 정말 좋았어요.... 자신을 보고 처음으로 웃어줘서 진짜 너무너무 기쁜데, 꿈만 같고.... 자신이 환상을 보고 있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아가사가 독 먹고 나서는 로이가 슬픈 눈으로 웃고 있더라고요. 너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냐고. 결국 너는 너를 희생시키는구나. 이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감상한 지 꽤 시간이 지나서 미화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작로이의 감상 중에 '무섭다'라는 평이 많았는데, 왜인지 이해했습니다. 고로이를 보진 못했지만 제일 '악마의 속삭임' 같았거든요. 다들 떨어져서 부르는 넘버를 아가사의 뒤에 붙어서 귀에 속삭이듯이 부르는 연출로 불렀던 것도 있고, 아가사를 살살 꼬득여서 자신의 멋대로 움직이게 하려는 느낌도 받았어요.

레이몬드에게 '똑똑하지만 완벽하지 않다.'라고 하니까 "왜 완벽하지 않죠?"라고 물어보는 부분도 한몫했다고 봅니다.

작로이한테서 굉장히 '통제광'의 성미가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아가사가 자신을 온전히 봐주도록 모든 걸 계획하고 나타났지만 '결국 나는 아니었던거구나...' 하면서 씁쓸하게 사라지는 모습이 보였거든요. 분위기는 온화한데, 절대 틈을 보이지 않는 완벽주의자 성향도 좀 보였던 것 같아요.

아가사를 어떻게든 내 손 안에 넣어서 그녀가 숨기려고 한 것들을 전부 벗겨내서 인정하게 하고, 마음 깊은 곳에서 하고 싶어한 것을 이루게 해야지. '아가사.. 네 속마음을 들여다봐... 무시할 수 있을 것 같아? 절대 안 되지. 넌 결국 나의 뜻대로 될거야. 자! 숨길 수 없는 날(살의) 봐!!!' 가 작로이에 대한 한줄 감상평입니다. ㅋㅋㅋ

작로이가 부르는 2부 후반부의 노래들이 알고있는 것과 다르게 불러서..굉장히 색달랐어요. 그분만의 캐해석인걸까 하고, 참신하다 하면서 들었네요. 좀 더 힘줘서 부르거나 노래인 장면을 대사처럼 말하거나 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눈물을 흘리고 말아버린 오타쿠입니다. 널 죽이고 싶어 vari.에서 둘이 '난 널 죽일 거야', '난 널 사랑해' 하면서.. 서로 붙잡고 노래 부르는데 배우 두 분 모두 눈물범벅이 돼고...저도 눈물을 흘리고..... 이번엔 무사히 화장지를 가지고 들어갔답니다. 눈물을 닦을 수 있어서 눈물을 참지 않았어요. 2월 8일 아가사 때도 울었지만 저번과 이번에 울게 된 지점이 다른 게 참 재밌었답니다.. 왜... 울었더라. 왠지 눈물이 났어요.. 시간이 너무 흘러서 잘 기억은 안나는데 우는 로이의 모습이 참 슬펐어요.. 이렇게 했는데도 안 되는거냐.. 나는 그래도 네 옆에 있을거야 하는 마음이 슬펐던 걸까요.. 좀 적어둘걸... 눈물이 납니다..

대망의 마지막!!!!!!!

"레이몬드. 추리 소설을 쓴다는 건, 거대한 미궁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단다." 하고 나서 로이가 나오죠. 막 엄청 특별한 건 없었습니다. 여느때처럼 로이가 나와서 둘이 한바퀴 빙 돈 다음에, 로이가 아사가의 손을 잡아 올리며 붙는데.. 그게 좀 감싸 안듯이? 아가사를 가리더라고요. 거기서 좀 소유욕이? 보인 느낌이었어요. 아가사에게 복종하지만 아가사를 욕망하고 있단..? 느낌이었습니다. 제 눈에 콩깍지가 끼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요 ㅋㅋㅋㅋㅋ

아무튼 이렇게... 아가사의 막공까지 끝이 났군요....

ost 공지는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언제쯤 오는 걸까요..

이왕이면 DVD도 같이 오면 좋겠군요..화범으로 와주면 좋겠다....

3달이란 시간동안 정말 즐거웠습니다.

나오는 길에 아쉬워서 계단 입구에 붙어있는 아가사 안내 종이라도 찍어서 왔습니다.

또 아가사를 보러가는 날이 오기를.

그 날이 그리 멀지 않기를.

좀 더 볼걸, 하는 아쉬움은 남아있지만 보내줘야 하겠죠.

정화 배우님이 무대 인사에서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각자의 미궁 속으로 건강하게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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