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사실 볼 생각은 크게 없었다.
중계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일하는 시간과 중계 시간이 겹쳐서 못 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월 10일. 월요일.
트윗이 하나 탐라로 들어온다.
투데이즈 캐스트와 함께,
오늘도 타어둠을 중계한다는 트윗이.
그리고 이미지를 보니까 그곳에 나의 멘토쌤이 있는 것 아닌가!!!!
멘토쌤이 하신 작품 중에 이런 비슷한 제목이 있었던 것 같은데~ 했더니 진짜 참여했던 작품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월요일.
내가 주기적으로 부모님 가게에서 일을 밤까지 도와드리는 날이었다.
퇴근하고 나면 보통 중계가 아슬하게 끝날 시간이라 슬프게 보내줄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트윗을 다시 확인하는데...
새벽 4시까지 보여준다고 하지 않겠는가?!?!?!
내 퇴근은 12시~1시. 퇴근 후에도 볼 시간은 넉넉했다.
일단 결제를 했다.
그날 유독 손님이 많아서 새벽 2시에 퇴근했지만 그래도 초조하지 않았다.
중계는 4시까지 계속되니까!!
그렇게 호다닥 씻고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으로 중계를 보기 시작했다.
사실 좀 더 큰 화면과 좋은 스피커로 듣고 싶었으나
본가에는 내가 쓸만한 컴퓨터가 없어서 그러지 못했다...
심지어 노트북도 챙기지 않은 날이었지....
아무튼 핸드폰도 보는 것에 무리는 없으니 중계화면을 틀었다!
.....처음 보는 것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6시간가량 지난 부분은 잘려 있어서, 내가... 감으로 첫 부분을 찾아야 했던 것이다.
여기가 처음인가? 싶은 부분을 보는데 뭔가..... 자기 소개도 하지 않고 이그나시오 이야기만 잔뜩 하길래 느낌이 좋지 않아서 바를 이리저리 눌러봤다. 그렇게 겨우 찾아냈다.
재방송 포인트를!!!
거기서부터 보기 시작했다.
오래도록 중계를 하다보니까 이런 일도 생기나 보다.
신기했다.
네이버 티비는 그럼 6시간 정도의 길이 밖에 라이브를 보여주지 못하는 건가? <- 같은 생각도 들었다.
배경은 시각장애인들이 다니는 학교? 같은 곳이다.
그러나 조금 독특한 게 있다.
모두 지팡이가 없다.
마치 '앞이 보이는 것처럼' 두 손 두 발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이곳에 있으면 모두가 자유롭다고 말하면서
평화롭게 지내던 교실에 낯선 소리가 울려 퍼진다.
통-. 통-. 통-.
지팡이로 바닥을 치는 소리.
이그나시오의 등장이었다.
그는 자신을 '불쌍한 장님'이라고 말하면서,
애들이 이곳에선 자유롭게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듣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거짓과 환상에 빠져있는 것이라 일갈하며 그들과 어울리기를 거부한다.
이그나시오를 수용하려고도 하고, 그냥 그대로 두기도 하면서 시간은 흘러만 갔다.
그리고 이그나시오의 룸메였던 미겔린이 먼저 변하기 시작했다.
이그나시오의 말을 믿게 된 것이다.
그는 이그나시오와 같이 꿈을 꾸게 되었다.
'앞을 보고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그나시오의 파급력은 높아져만 가고....
이대로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던 까를로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그리고, 그 선택에 눈물 흘리며 그도 같이 눈물을 흘리며 눈을 감는다.
사실 재미가 있느냐? 하면 고민하게 되는 작품이다.
나는 제법 흥미롭게 봤다.
그러나 이걸 극장에서 비싼 돈주고 봤어도 재밌을 것이냐? 물어본다면 조금 고민하게 된다.
왜냐면 나는 문학적 교양이 부족한 사람이라서 은유나 비유 같은 걸 잘 못 알아보기 때문이다.. 그로신이 기본 교양인 한국에서 나는 그로신도 제대로 보지 않았다.... 심지어 기독교도 아니라 성경도 모름...
그렇다. 창작의 깊은 해석을 하기엔 가지고 있는 지식에 구멍이 너무나도 많다.
그렇기에 이런 철학적? 예술적? 작품을 보면 물음표를 띄우면서 나온다. 이걸 중계로 봐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ㅋㅋㅋㅋ
감탄했던 게 있다면 배우들의 연기력이었다. 허공을 보는... 시선이 맞지 않는 그 연기를 정말 잘했다.. 에스페란사를 맡으신 분은 진짜 시각장애인분이신가? 싶었다. 그분이 커튼콜에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정면을 보면서 인사하지 않았다면 이 뮤지컬은 장애인의 또 다른 기회의 장이었구나! 했을 것이다 ㅋㅋㅋㅋ 하지만 시각장애인을 채용하기엔 무대는 워낙 돌발상황이 많이 일어나서 위험할 것 같긴 했다.
멘토님이 맡으신 도냐 페피따는 처음 봤을 때부터 설마설마했지만 역시 권력욕이 넘치는 여성이었다. 그걸 카리스마 있게 소화해 내시는 걸 보고 감탄했다. 중계의 아쉬운 점은 현장감이 없다는 건데... 현장에서 멘토쌤의 넘버를 들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에 돌아오신다면 한 번..? 정도는 더 볼까 한다.
사실 학생들만 나왔다면 스토리가 어디로 갈지 잘 가늠이 안 됐을 것 같은데, 도냐 페피타의 존재가 익숙한 도식을 예상가능하도록 도와줬다. 그래서 졸린 와중에 보면서도 스토리가 이해 안 되진 않았다.스토리...는 복잡한 게 없었는데 애들이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를 모르겠다는 게 문제였다 ㅋㅋㅋㅋ
이그나시오와 다른 학생들과의 대립 <- 있긴 했으나 이 갈등으로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나.한 어른의 욕망으로 비롯된 비극 <- 도냐 페피따의 등장이 너무 적어서... 잘 와닿지 않음.너희들! 희망찬 환상만 보지 말고 현실을 봐! <-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면.... 과학 기술이 시력을 되찾을 수 있을 만큼 발전한 시대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면 평생 장애와 함께할 애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며 지팡이 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왜 그리 부정적인가. 남이 보기엔 작은 세상이라도 그들이 행복을 느낀다면 그곳이 그들의 현실이 아닌가.
하면서 봤던 것 같다. 반쯤 졸면서 봐서 좀 더 명확히 이해를 못했을 지도 모르겠다.
몇 번 더 봤다면 모를까처음보는 내 눈에는 조금 서사적 연결점이 부족하다고 느꼈다.캐릭터들의 태도 변화가 좀 더 타당성 있게 진행됐다면 좋았을 텐데...어떤 대화를 했다던가... 태도 변화를 좀 더 시간을 들여서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싶다.보통 의견을 바꾸기 전에는 잠깐의 갈등이 있기 마련인데, 주연이 아닌 친구들이 동전 뒤집 듯이 태도가 바뀌어서 오잉? 했었다. 나름 비중 있게 나오는 애들이었는데,,, 결국은 조연이었다는 건가,,, 너무 갑자기 모두가 "이그나시오의 말이 맞아! 우린 결국 장님이야!" 하면서 지팡이를 가지고 다닌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떤 물건이 정해진 장소에만 있는다. <- 이것이 자유를 해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지팡이만 있으면 앞에 무엇이 있든 예측하며, 두렵지 않게 발을 옮길 수 있다 <- 이것이 자유라면.모든 곳을 완벽하게 외워서 지팡이 없이 돌아다닐 수 있다! <- 이것 역시 자유이지 않을까....결국 이념이 다른 두 사람(그룹)의 대립이었는데 좀 미적지근하게 보여줬던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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