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트는 2021년 8월 29일에 적었던 내용입니다.

이번에 영화감상부에서 정한 영화, 하우스 오브 왁스를 봤다.
이 영화는 이번에 처음 본 건 아니다.
대략 10년 전 즈음에 누군가와 함께 본 기억이 나는데... 같이 봤단 것만 기억하고 누구와 어디서, 왜, 어떻게는 기억이 안난다. 그와 마찬가지로 스토리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는 공포, 고어, 스릴..등등의 장르에 조금 약하다. 아니, 아주 많이, 아니 정말 몹시 약하다. 특히 3D로 보여지는 것들에 말이다. 흐아아악 녹아내리며 보게된다. (반면에 2D는 어떤 게 나와도 괜찮게본다.)
이번에는 반쯤 뜬 눈으로... 정확히는 흐린 눈으로 봤다. 위에도 말했듯이 이런 장르에는 몹시 약하기 때문에. 그덕에 애들 이름을 하나도 외우지 못했다. 외관으로만 기억한다. 이 소개글 내내 주인공의 남동생한테 무언가를 해준 그 친구, 라고 계속 말하게 되는 걸 피하기 위해 등장인물 이름정도는 검색하고 오겠다.
일단 주인공 이름이 칼리와 닉인 건 알았다. 이 둘만 알면 내 후기를 적어내리는 것엔 큰 무리가 없으니 그냥 이대로 가겠다.
칼리와 닉은 친구들(정확히는 칼리와 더 친밀해보이는) 친구들과 같이 멀리있는 경기를 보러가기위해 길을 떠난다. 차는 두대로 떠났다. 가는 길에 밤이 깊어 숲사이에 있는 들판에서 캠핑을 한다. (여러 일이 있은 후) 잠에 들고, 다음날이 된다. 누군가 차 한 대를 고장내트린 것이다. 칼리와 그의 남친(으로 추정되는)은 같이 동물사체를 수거하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어느 마을로 들어간다. 마을에 있는 주유소를 찾아갔지만 그곳에 사람이 없어 둘은 마을을 돌아다닌다. 조금 걷자 '하우스 오브 왁스'라는 박물관? 전시관?을 발견한다. 문을 닫았길래 나는 그냥 돌아갈 줄 알았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문이 잠겨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나는 정말 놀랐다. 일단 예의도 없는 행동이며, 어이가 없었다. (앞부분은 본지 꽤 시간이 지나서 가물가물하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하물며 그게 아니어도 그런 전시 작품을 손으로 멋대로 만지면 안된다는 건 알아야하는 거 아닌가? 초등학교 입학하는 애들도 아는 상식을 어른이 된 사람들이 지키지도 않고 철저히 부숴먹고 있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어찌보면 그 사람들에 의해 손상받은 왁스들의 영혼이 그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이끈걸지도 모르겠다. (그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이끈 건 실질적으로 쌍둥이 형제긴 하지만 말이다. 말이 그렇다는 거다.)
아무튼 잔뜩 왁스로 만들어진 작품을 보다가 칼리가 거울을 보는데, 거울에 비친 창문에서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걸 발견한 것이다. 칼리는 쎄하다면서 남친(으로 추정되는 사람)과 주유소 주인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교회로 들어간다. 거기서 주유소 주인을 만난다. 여기서부터 사건은 시작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흐린눈으로 봤다. 그래서 정확히 누가 언제죽었는지는 잘 기억을 하지 못한다. 그냥..죽었구나...만 봤다. 목에 칼이 찔렸는데 목이 잘리고, 왁스가 뿌려져서 죽었는데 닉이 구해본다고 흔들다가 또 목을 부러트려먹고, 차 창문으로 반대편 보다가 창을 뚥고 날라온 창(같은 칼)이 머리에 박혀서 죽고.... 방식은 다양해서
우여곡절 끝에 칼리와 닉은 살아서 나온다. 둘이 구급차를 타고 가고 있으면, 마을에 있던 경찰관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이 형제는 세명이었다고." 그리고 마지막에 칼리와 남친(으로 추정되는)을 안내해준 사람이 칼리와 닉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관련없는 척하면서 둘을 마을로 보낸 순간부터, 이들의 비극은 예견되어 있었던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마지막 마무리는 꽤나 마음에 들었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쎄한 느낌으로 진행된다. 내가 공포영화인 것을 인지하고 봐서 쎄함을 느낀건가... 생각도 했지만 그냥 영화자체의 분위기를 쎄하게 만든 것 같다. 그게 정말 좋았다. 이것만 좋았다. 아, 왁스로 전부 만들어낸 집도 되게 흥미로웠다. 왁스로 그렇게 큰 집을 지었을 줄은 몰랐는데(초반에 건물 외관을 보면서 전부 왁스야.. 하는 대사를 듣긴했지만 뼈대나 그런것까지 전부 왁스일거란 생각은 못했다!)..... 여름이 그리 덥지않은 나라였나보다. 현재에 그런 곳이 있었다면 진즉에 다 녹아서 철거해야했을거다. (집이 다 녹아내리는거 보면서 환경오염 걱정이 되긴했다. 저것들이 다 땅에 스며들어도 되는걸까..)
이 외에는 그냥 생각나는 걸 적어보자면.. 손가락이 그렇게 슝겅잘릴 수 있는건가? 아무리 솜씨있는 자가 잘라낸 거라고 해도 그렇게 순식간에 슈컥!하고 잘릴 줄은 몰랐다. 이때부터 좀 보기 힘들었다. 왁스때문에 굳은 친구를 구해주려고 왁스를 벗기는데, 살을 벗기는 장면도 진짜.... 어이없고.... 그냥 들고 도망치는 방법은 없었던 걸까? 마지막에 칼리와 닉은 도망칠 기회가 있었는데도 친구들이 아직 안나왔다면서 들어가는 것도.... 그냥 경찰을 부르러 갈 순 없었나 생각했다..(이렇게 된다면 공포영화가 재미가 없어지겠지만 이런 생각을 하게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하나의 의문점...닉은... 어째서 그렇게 칼리를 애끼는 거지..? 저 애한테 손가락 하나대면 용서안할 거야! 대사보고 어어?? 했었다 ㅋㅋㅋ 둘이 쌍둥이일텐데, 닉 말하는 것만보면 무슨 딸 지키는 것마냥 말하고 칼리를 지키는 것 같다. 꽤 누나를..아끼는갑지? 암튼 남매애가 정말 눈물났다.
영화 극초반은 부모님이랑 같이 봤는데, 그때 아빠가 닉보고 저애가 사건해결하겠고만, 이런 소리를 했는데 정말 닉하고 칼리만 살아남아서 저것이... 혜안? 같은 생각도 했다. 영화 본 짬바가 차면 그런것도 보이나보다. 나도 그런 멋있는 짬바찬 사람이 되어야지.
이번 영화 감상을 한 이미지로 표현해보겠다.

원피스 - 조로
+ 여담이지만 피부가 벗겨지는 부분 보고있는데 아빠가 돼지 머릿고기를 사왔다고 해서 아무생각 없이 먹으러 갔는데, 영화 장면이 자꾸 생각나서 그게..좀.. 많이 묘했다. 다들 식사시간과 공포영화보는 시간은 잘 생각해서 보도록 합시다.
++ 포스터의 청춘호러라는 문구를 지금 처음봤는데...이게 청..춘? 청춘이라고 하기엔 그냥 섹텐션 타다가 처참히 살해당해버린 사람들밖에 없지않나싶다. 아, 그래도 캠핑한 것 자체는 제법 청춘스러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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