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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영화, 드라마, 예능

"같은 집이 무한 복사붙여넣기 되어있는 마을에 강제로 거주하게 되었는데요. 디지털 디톡스를 끝내주게 시켜주는 마을이었습니다." 영화 'VIVARIUM(비바리움)' 후기

by ble_post 2025.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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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2년 11월 22일에 작성 됐습니다.

 

 

토요일 오후 늦게 커피를 마셔 잠이 오지않아 밤을 지새고 맞이한 일요일 오전. 이대로는 시간만 흘려보내고 잠은 들지 못할 것 같아서 영화를 하나봤다.

제목은 VIVARIUM(비바리움).

 

 

 

 

보게 된 경위는 단순했다.

트위터에서 가장 불쾌했던 영화에 누가 이걸 적어놓은 걸 본 것이다.

 

이 짤방이 나온 영화라는 것에 큰 관심이 생겼다. 나는 깜놀이나 너무 무서운 건 못보는데 다들 깜놀은 없지만 그 특유의 분위기가 너무 답답하고 불쾌하다고 해서 그래? 깜놀없으면 나도 봐야지! 하고 충동적으로 틀었다.

후기를 한디로 말하자면 '하나도 뭔지 모르겠지만 너무 재밌었다.' 이다. 정말로 재밌었다. 감독의 숨은 뜻이나 해석은 하나도 모르겠지만 너무 재밌었다. 깜놀이 없다는 정보만으로도 쫄림없이 마음 편히 볼 수 있었단 게 좋았고, 무서운 장면도 많이 나오지 않아서 좋았다. 약간 무언극의 느낌도 들었다.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적은 편도 아닌데도 말이다.

스토리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선생님으로 일하는 젬마는 자신이 살 집을 찾아 다닌다. 그날도 평범하게 퇴근하고 남자친구인 톰과 부동산에 매물을 보러 들어갔다. 부동산 직원은 두 사람에게 욘더라는 저택을 소개하고, 집을 안내한다. 9번 주택에 도착하자 그곳은 뭔가 조금 이상했다. 텅 비어있는 집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지낼 수 있도록 모든 게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무려 언제 들어올지 알 수도 없는 곳에 웰컴와인과 딸기가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집을 얼추 돌아본 두 사람을 부동산 직원은 뒷마당으로 안내한다. 문을 열어주고는 직원은 사라져버린다. 이상함을 감지한 두 사람은 차를 타고 그 마을을 나가려고 하지만 결국 9번 집 앞으로 돌아오고, 반나절을 운전했지만 돌아온 것은 텅 빈 기름통뿐이었다.

절망한 둘은 일단 집에 들어가 웰컴와인과 딸기를 먹고 잠을 취한다. 그렇게 아침이 되어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핸드폰은 여전히 안되고, 오히려 끝없이 펼쳐진 마을을 확인할 뿐이다. 식료품이 배달되어 오고, 시간이 지나자 아기도 한 명 온다. 아기가 넣어져 있는 박스에는 '아기를 키우면 내보내주겠다.'라도 적혀있었다.

그때부터 둘의 진정한 비극이 시작되었다.

아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태어난지 10일 정도 지나보이는 아기는 98일이 지나자 7~10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기는 무척 기괴하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보단 수동적으로 들어오는 자극에 의해서만 말하고 대답하는 느낌. 자신의 원초적인 본능과 욕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배고프면 소리를 지르고, 강아지가 짖는 소리를 내면서 거실을 뛰어다닌다.

98일동안 10년동안 배워야할 것들을 알려주기란 불가능할 것이고, 10살의 모습이 되어도 그에게 제대로 된 지식을 전달할 의지가 젬마와 톰에게는 없었다. 그러니 아이는 더욱 평범한 사람으로 자랄 수 없었다. 어딘가 나사가 빠진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부모의 모든 것을 바라본다. 밤에 두명이 관계를 보내는 것까지 바라본다. (어린 게 못보는 게 없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텔레비전의 영상을 빠져든 것처럼 바라본다. 세포가 분열하는 것도 같은 불규칙적으로 변하는 영상이다.

젬마와 톰이 이 생활에 실증을 느끼고 쓰레기 처리하는 사람을 기다릴 때 하나의 큰 전환점이 찾아온다. 톰이 담배를 피고 버린 곳의 풀이 전부 타서 땅이 드러난 것이다. 그때부터 톰은 젬마와 남자아이에게는 신경도 쏟지 않고 땅만파기 시작한다. (영화를 다시 확인해보지 않아서 타이밍이 조금 다를 수 있다.) 매일 아침을 먹고, 땅을 파고, 잠들기의 반복이다. 그 사이 젬마는 아이에게 조금의 정을 붙이기 시작한다. 같이 아이와 자기도 하고, 대화를 시도한다.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지만. 톰은 서서히 죽어갔다. 기침의 횟수가 많아지면서 급격히 낡아가는 게 보인다. (외모는 동일했기에 늙었다기보단 낡아간다는 느낌이었다.) 젬마도 남자아이에게 공포를 느끼고는 내외를 하게 된다. 남자아이는 청년이 되고, 젬마와 톰을 완전히 무시하게 된다. 자신의 일과를 위해 집을 나가고, 돌아온다. 심지어 종국에는 둘을 집에도 들이지 않는다. 톰은 악화되는 몸상태를 버티지 못하고 죽게되고, 그것에 깊은 슬픔을 느끼다가 그것이 분노로 바뀌게 된 순간 출근하는 남자아이(이제는 청년이 된)를 공격한다.

그때 가장 이해안되는 장면이 나온다. 청년이 보도블럭을 들어올리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슬쩍 비친 그 안쪽엔 다른 방과 문이 존재했다. 젬마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고, 몇몇 남자를 잃은 것으로 추정되는 여자들과 만나게 된다. 그렇게 구르고 구른 후에, 젬마 역시 시체를 담는 가방에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 청년과 젬마가 대화를 한다. 나는 ‘엄마는 아들을 세상에 내보 낼 준비를 하지. 그리고 죽어.’ 이런 이야기가 오가길래 뭐지…? 자궁에서 일어나는 일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곳인가..? 이런 생각도 했다. 하지만 여러 정황을 보면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청년은 그 대화를 한 뒤, 젬마도 톰이 판 땅굴 밑으로 던져버리고 젬마와 톰이 방문했던 부동산에 들어간다. 거기서 다 늙은 부동산 직원을 처리하고(역시나 시체를 담는 가방에 넣음), 접어서(리터럴리 접는다. 뼈소리도 난다.) 서랍에 넣어버린다!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던 걸 보면 어디 지하공간에 이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남녀커플이 또 찾아오면서 영화는 끝난다.

(물론 빠진 부분도 많다.)

해석을 하나도 안 찾아봐서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무척 흥미롭게 잘 봤다. 모두가 답답하다, 불쾌하다는 평이었지만 나에게는 담백하니, 집중이 잘 된 그런 영화였다. (기억해야 한다. 나는 이 영화를 볼 때 반쯤 잠에 빠져있었단 것을)

하나의 괴담을 보는 기분도 들었다. 빠져나갈 수 없는 마을. 누가 가져다주고, 누가 가져다주는지 모르는 식료품들. 정체를 알 수 없는 빠르게 자라는 아이. 땅굴 속에서 발견되는 시체. 무척 무섭게 연출할 수도 있었을 소재들을 담백하게 연출했다고 생각한다.

땅굴을 팔 때 흙을 클로즈업하는데 거기있는 덩어리 흙이 처음 나온 아기새의 시체처럼 보이기도 해서 조금 꺼름칙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기의 목소리도 어린 모습에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내는 다 큰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서 그것도 좀 기괴했던 것 같다. 그것이 이 영화의 분위기를 더 불편하게 만든 것 같아서 좋았다. 처음 나온 부동상 직원의 사회성 없는 표정같은 것도 연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검색해보니 포스터로 이런 것도 나와서 기생충에 대한 궁금증도 커졌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봐야겠다.

아무튼 오랜만에 흥미롭고 재밌게 잘 본 영화였다.

이제 해석을 찾아보러 가야겠다.

해석을 찾아 본 후에 감상을 추가로 덧붙일 수도 있겠다.

한시간 반정도 되는 짧은 영화이니 한 번쯤 봐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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