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1년 6월 6일에 작성됐습니다.
어쩌다보니 일하러 왔는데 시간이 남아서 또다른 후기를 적어본다. 이번에 적어볼 후기는 김초엽 작가님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다. 이것도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책이다. 막.. 엄청 재밌다!! 하면서 슈슈슉 읽으면서 본 책은 아니지만, 제법 흥미롭네.. 하면서 읽었던 책이다.
<< 독서모임에 올렸던 감상문>>
[20210520 완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 스펙트럼 / 공생 가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감정의 물성 / 관내 분실 /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 아름다운 존재들의 제자리를 찾아서 / 작가의 말
되게 신선하게 다가왔던 책이다. 소설책이 꼭 모든 게 꽉 차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해 줬다. 작가는 중요한 부분을 공백으로 두면서 더한 여운을 우리에게 선사해줬다. 나는 이다음이 궁금한데! 나는 이 부분이 더 알고 싶은데! 생각하는 부분을 오히려 숨김으로써 더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이 부분을 잘라냄으로써 깔끔함을 느끼게 한다. 처음에는 그게 별로였지만, 단편을 읽어나가면서 이것이 이 단편집의 매력이구나. 생각했다. 처음에 있는 단편을 읽을 때는 그래서.. 어쩌자는 거지...? 했던 감상이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야기를 받아들여도 되는구나. 하는 감상으로 바뀌어 가는 것도 꽤 재밌는 경험이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세 번째로 실려있는 '공생 가설'이다. 특정 시기에 대한 현상을 그런 식으로 설정을 부여해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점이 너무나도 좋았다. 나는 따로 독서 노트도 적고 있는데 가장 많은 필사를 한 단편은 '감정의 물성' 이었다. 모든 단편이 SF의 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핵심은 전부 '감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중 감정의 물성은 그 감정을 더욱더 파고든 느낌이었다. 요즘 현대사회에서 우울증을 겪는 인구가 몹시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되게 안타까웠다. 자신의 감정이 이것 때문에 느껴지는 것이라고, 내가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위로가 필요했던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관내 분실은 사실 읽으면서 조금 긴장했다. 나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에는 제법.. 눈물샘이 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까지 읽고 나서 느낀 감상은 다른 책은 결론에 좀 더 중점을 주고 있다면 이 단편집은 '과정'을 좀 더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서도 따뜻하게 다루는 것이 좋았다. 그들도 똑같은 인간이라고. 그것을 알려주는 따뜻한 책이었다. 솜털 같은 모래가 가득 쌓인 분홍빛 모래사장을 거닐면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보는 느낌이었다. 따뜻한 봄날에 잘 어울리는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독서모임에서 감상을 올릴 때는 스포를 피해달라고 해서 항상 감상을 적는 게 더욱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굳이굳이 블로그에 한 번 더 감상을 적는 것도 있지만 말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공생 가설'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나는 우리가 유아기. 그러니까 7세 이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외계의 생물체와 연관지어서 이야기를 엮어 가는 것에서 크게 감탄했다. 다른 단편도 좋았지만, 우리가 모두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이 사실은 인간 스스로만의 힘이 아니라 외계의 힘을 빌렸던 것이고, 그때의 기억이 없는 건 그 외계의 힘? 의식?이 떠나가면서 잊게 된다는 것이다.(떠났다기 보다는 우리의 안에는 있지만 더이상 대답을 안해주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모두 루드밀라가 그린 그림에 자신도 모르는 향수를 느꼈던 것이다.
다음으로는 내가 가장 필사를 많이 한 단편 '감정의 물성' 이다. 우울체, 분노체 등등을 사는 고객들이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나는 그런걸 산다고하면 설렘이나 행복같은 감정을 샀을테니까 말이다. 결국 거기에 들어있던 건 마법같은 게 아니라 미량의 마약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그것에 실질적으로 특정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효능은 없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부분이 밝혀지면서 나는 우울체를 사는 주인공의 여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나는 읽는 내내 왜 우울체를 계속 구매하는걸까? 우울한 기분으로 만들어주는 게 옆에 있는 것이..좋은가..? 의문을 가지면서 읽었다. 그리고 이내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사람은 자신이 느끼는 이 우울함과 무기력함이 내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임을 인정하기 싫었던 게 아닐까 싶다. 우울한 기분을 벗어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마주하기 싫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울체'라는 형태로, 이것이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내가 지금 이런 기분인 건 이것때문인거라고. 이것을 없앤다면 나는 언제든 이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고, 나는 내 기분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위해서 구매를 했던 것 같다. 자기가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보단 그렇게 눈가리고 아웅이라도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그마저도 임시방편일 뿐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현재 독서노트도 책도 없어서 대사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우리의 연애는 결혼의 예행연습이 아니야." 라는 대사가 기억이 난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편지형식의 글인 것이 좋았고, 돌아오지 않기 위한 이유가 단 한사람이면 되는거야. 라는 말이 인상적이 었다. '스펙트럼'은 정말 따뜻한 이야기였다.. 루이와 할머니의 이야기.. 그리고 사람의 고정관념이란 것은 꽤나 크게 작용하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관내 분실'은 엄마를 찾아가는 여정과 마지막에 엄마에게 한마디를 하는 것으로 끝났다. "엄마를 이해할 수 있게 됐어." 역시 누구도 직접 당사자가 되기 전까지는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는 것 같다. 당사자가 된다고 해도 느끼는 감정도 다 다르겠지만 그것을 관통하는 큰 감정은 있을테니까 말이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도 사회에서는 보통이라면 인정받지 못할 중년동양인여성이 세계에 몇 뽑지않는 선발대로 뽑히고, 그녀를 보면서 꿈을 꾸고 인생의 방향이 바꼈을 여성들의 이야기가 좋았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겪게될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우주에 외로움의 총량을 늘린다는 말이 너무 좋았다.. 예전에 헤어짐이라면 그래도 같은 하늘 안에 있었는데, 우주로 생활권이 뻗어가면서 우리의 헤어짐은 같은 하늘아래 있을 수도 없게되었다는 것이 조금 쓸쓸하게 들렸다.
쓰다보니 꽤나 길어졌는데.. 그만큼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구석이 있는 주제와 대사들과 묘사들이 있는 책이었다. 음..맞춤법 검사기를 돌려야하나. 귀찮으니 검토하지 않고 바로 올리는 것으로 하겠다. 어차피 보고서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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